90년대에는 잘 터지는 녀석이 임자였다.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애니콜 광고가 괜히 있었던 게 아니다. 정말 강했는지는 그 시절 휴대폰을 쓰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통화품질이 상향평준화 된 이후, 2000~2005년까지의 휴대폰은 하드웨어 스펙으로 경쟁했다. 벨 소리 화음수, 카메라 화소수, 액정 화면의 컬러수 등. 높은 스펙으로 꾸역꾸역 덩치를 불린 녀석이 최고였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이런 시장의 핵심 가치를 ‘디자인’으로 바꿔놨다. 면도날 같은 날렵한 디자인, 들고 다니면 왠지 폼 나고, 남이 든 걸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디자인으로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평정했다. 전 세계 1억대 이상 판매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국내서도 200만대가 넘게 팔렸으니 불린 배 두드리고 앉아 있을 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확실히 당시 레이저는 디자인적인 면에서 혁신을 주도했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레이저 때문에 흥했고 그렇게 흥한 것에 심취해 있다가 지금의 상황에 빠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얘기다. 물론 여러 요소가 있을 것이다. 레이저 하나로 지금의 상황에 빠졌다곤 단정할 순 없겠지.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모토로라 휴대폰에 흥미를 잃게 된 까닭은 레이저 영향이 크다. 레이저만큼의 임펙트를 주는 폰이 없다. 적어도 국내에선 말이다.
그런데 국내 지사인 모토로라코리아는 3G 레이저폰을 다시 내놨다. 정확하게 말하면 ‘레이저 룩’이라고 한다. 18K 키패드 도금(금값도 비싼데)과 영상통화 기능, 새로운 외장 스피커를 덧댄 새로운 레이저라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UI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 최근 글로벌 모바일 시장의 추세다. 국내 시장은 아직 UI 경쟁에 머물러 있긴 하나 이런 상황에 다시 레이저, 아니 레이저 룩을 내놓은 모토로라코리아를 보고 있자니 최근 1~2년간 심어진 국내 마이너 휴대폰 제조사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따로 놀아도 너무 따로 노는 것 아닌가.
물론 꾸역꾸역 잘 팔릴 공산이 크다. 전략적으로 엉덩이 두드려주며 밀어준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모토로라코리아는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니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만 의존도를 낮출 필요는 있어 보인다. 앞으로 모토로라가 아닌 다른 카드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력갱생하려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제목은 레이저의 늪이라고 썼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모토로라코리아가 빠진 SKT의 늪이라고 해야 맞을 듯 싶다. 이미 SKY의 예, KTFT의 예가 있지 않은가.
또 한 가지, 모토로라 제품에 대한 얘길 하자면 꼭 폴더를 닫고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것. 폴더 닫고 뭔가 하게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이건 뭐 화면도 어둡고 조작도 불편하다. 제대로 못 할거면 빼는 게 낫다. 쉽지 않더라도 제품 라인업도 보다 다양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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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말 싫어하는 디자인입니다.
2009/03/09 17:26미국시절 한번 썼는데 너무 맘에 안들더군요.
제발 새로운 디자인 좀 만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