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과소비 시대

인터넷 2008/08/15 18:20 Posted by powerusr

지난주 일요일 6편의 영화를 봤다. 뒤늦게 영화에 재미를 붙인 이유도 있지만 실상 할 일이 없으니 집에서 하는 거라곤 영화 다운로드 받아보는 게 전부랄까. 극장 가서 6편의 영화를 봤다고 하면 나를 미치광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불법 다운로드'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나랑 비슷하네"하며 고개를 끄덕일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몇 년전에 봤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이틀에 나눠 다시 다 봤다. 완전 콘텐츠 과소비다. 생각해보니 음악도 그렇다. '몇 월 몇주차 신곡 TOP 100' 폴더를 통째로 다운 받아 CD로 굽고 차에서 듣는다. 매주 받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씩만 받아도 겹치는 노래가 있다. 그냥 받는거다. 예전꺼는 지우고. 나중에 다시 받으면 되니까.

콘텐츠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과소비'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들이는 돈은 많지 않다. 영화 한편 받는데 몇 백원 수준이니까. 만원씩 충전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주말에 맥주 몇 캔 따면서 못 본 영화 PC로 보는 게 요즘 내 낙이다. "불법 다운로드 하는 게 무슨 자랑이냐"며 손가락 질 할 수 있지만 욕먹으려고 쓰는 글은 아니니 양해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값 싸게' 영화를 받아볼 수 있는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헤비업로더에게 실형이 선고되고 영화인협의회가 국내 대형 웹하드업체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재 중지 가처분 신청에 법원이 “파일을 공유하는 웹 하드업체가 영화 불법 파일 공유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검색하면 다 나오던 게 언제 사라질 지 모른다는 뜻이다. 실제로 음악 파일은 이제 유료 웹하드나 P2P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영화도 배급업체가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경우라면 '아주 쉽게' 받지는 못한다.

재판부의 “가처분신청 이후 해당 영화 파일의 검색 및 다운로드가 대부분 제한된 점 등으로 미뤄 기술적으로 침해 행위를 막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 듯 싶다.

이에 맞춰 KTH의 FM(Fine Movie 웹하드로 수익 많이 남기던 KTH가 최근 상황을 맞이해 급했나보다. 뭐 미리 준비했겠지), 씨네21의 즐감 등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도 조금씩 선을 보이고 있다. 가격은 500~3,500원 수준이다. 웹하드 등 기존의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편당 200~300원의 패킷 요금은 그대로 유지된다(웹하드 업체의 패킷 요금을 콘텐츠 사용료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으나 절대 아니다).

물론,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이 넉넉해야 보다 나은 콘텐츠가 계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나도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영세하면 질 좋은 콘텐츠 만들기 힘들다. 뭐 꼭 콘텐츠 만드는 사람만 그런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러나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가 들어선다면 지금처럼 ‘과소비’하는 경향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신 영화의 경우 콘텐츠 이용료가 3,500원에 패킷 사용료까지 합치면 4,000원이다. 파일을 고이고이 간직할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과한 가격이다. 이대로 굳어져버리면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콘텐츠 과소비 시대는 끝난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비디오대여점에서 비디오테이프 한 편 빌리는데 5,00원에서 1,000원 했다. 하루에서 이삼일 정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다. 다운로드 서비스를 할 경우 테이프 제작비용이 빠지고 유통 비용이 빠진다.

필요하면 광고 좀 보면 어떤가. 24시간 지나면 파일이 자동적으로 지워지면 어떤가. 보다 더 합리적인 요금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나의 경우 디지털 영화 파일을 하루 빌려서 보는데 500원 이상, 1,000원 이하(패킷 요금 포함)의 가격이라면 과하게 소비하진 않더라도 주에 1~2편씩 지속적으로 볼 의향은 있다.

이미 꽁꽁 닫혀있던 지갑은 열려 있다. 2000년대 초반 “MP3 한 곡당 얼마씩 돈 주고 어떻게 받느냐”던 사람들이 이제는 멜론 등에서 한 달 정액제 가입해가지고 음악 받아서 듣고 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들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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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Vey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당한 방법으로 과소비가 되어야겠죠;;;
    너무 비싸면 음...ㅠㅠ

    2008/08/16 12:04
  2. 넷물고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예전에는 100원유료 컨텐츠도 사람들은 기겁하며 도망갔는데, 이제 지갑은 열린것같습니다. 근데 한기자님 정말 컨텐츠과소비 신데요 ?, 영화6편을 몰아보고, TOP 100 을 한데모아 다운받고 .. 저는 1달에 1번 영화보고, MP3 는 1달에 1번정도만 다운받는, (지겹게 듣는) ^^ 책 많이읽는것보다 많은 컨텐츠를 접하라는 말이 있었는데, 저도 시대에맞게 컨텐츠과소비 시작해야겠슴다

    2008/08/20 11:00
  3. 마음으로 찍는 사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기왕이면(?) 정당한 방법으로 소비하려고 노력중입니다. :)

    2008/08/26 10:15
  4. badaro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작권자들은 온라인 컨텐츠를 무슨 복권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것 같네요. 극장상영,DVD,비디오 판매등의 수익만 생각하다가 뜻하지 않게 불법 파일공유로 다 만들어진 시장을 발견하고는 환호를 지르며 수익을 내려고 발버둥 치는..
    본인들이 만든 컨텐츠의 질에 따라 수익이 좌지우지 되는 오프라인의 거래 보다 아직 미성숙한 온라인 시장에서 저작권을 들먹이면서 과다한 과금을 매기려 하는..
    저작권을 운운해서 수익을 내려고 하기 전에 컨텐츠의 질을 파악, 그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이용의 차이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합당한 요금부과 기준을 먼저 정하지 않고 과다한 요금을 부과했을때, 불법 컨텐츠가 근절되고 돈을 내고 컨텐츠를 즐겨야하는 상황이 왔을때 사용자들로 부터 외면당하게 될거라는건 왜 생각을 못하는건지 ..
    저작권자들은 지금은 그저 싼값에 다운로드 받는 컨텐츠도 위와 같은 상황이 되었을때도 사용자들이 변함없이 돈을 뿌려줄거라는 계산과 생각을 하고 있는거 같네요.

    2008/10/06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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