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수록된 단어입니다.
<사회> 휴대 전화와 같은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 - 네이버 국어사전서 발췌
부산서 차 끌고 올라오는 친구 녀석이 있으면 경부고속도로가 끝날 무렵, 한남대교 남단 근처에서 저에게 전화를 합니다. 집이 어디냐고 묻는 거죠. 한남대교 남단부터 시작해 다리 지나면 고가 나올꺼다→고가 타지말고 밑으로 빠져서 우회전하고→몇 미터 가다 보면 무선 떡집이 나오는데→어쩌구→저쩌구 해서 저희 집까지 안내를 하니 그녀석이 저를 '인간지도'라고 부르더군요. 하긴 친구 녀석 입장에선 생전 처음 와보는 복잡한(물론 부산이 더 복잡하다고 생각됩니다만-_-) 서울 시내 길을 꿰뚫고 있으니 그렇게 부를 만도 하다 싶더군요.
얼마 전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내놓은 시장조사자료를 보니 2007년 내비게이션 예상 누적 판매량은 320만 대로 예측되어 있었습니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가 1,600여만대니 차량 5대 중 1대꼴로 내비게이션을 달고 다닌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겠군요. 이전에 팔린 내비게이션도 있을 테니 말이죠.
정말 요즘 운전을 하다보면 내비게이션 참 많이 달고 다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내비게이션 이제품 저제품 많이 써봤는데, 한 두어달 쓰다보면 끊기가 힘듭니다. 늘상 다니는 출퇴근길이야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아도 되지만 어디 놀러갈 때나 이곳인지 저곳인지 아리까리한 길을 찾아갈 때 내비게이션은 정말 괜찮은 길 안내 도우미가 되기 때문이죠.
내비게이션을 쓰면서 바뀐 점은 세 가지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차에 항상 있던 종이 지도를 치워버렸다는 것. 잘 모르는 길도 늠름하게(-_-) 찍고 찾아간다는 것. 반면 잘 아는 길도 내비가 없으면 왠지 불안하다는 것.
인간지도는 옛말입니다. 요즘 내비 없이 다니는데 아리까리하거나 모르는 길 가야되면 덜컥 겁부터 납니다. 예전에는 동서남북 방향만 알면 종이지도만 가지고도 어디든 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물론 새로운 문물에 길들여져 내가,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달라져가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건 제가 생각해도 심각해보이는군요. 문명의 이기에 물들어 원초적인 감각을 상실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생각해보니 아는 사람 전화번호 외우고 있는 게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는군요. 이거 어디서 휴대폰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것을 잃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 편한 물건들을 다 집어던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그저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고, 원초적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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